어린 시절 가장 일시적이고 의미 없는 것은 인간관계라 생각했다.
모든 게 흘러가고 사라지는 현대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는 관계에 의미를 두는 건
꽤나 부질없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나를 위한 투자에 힘쓰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그만한 위치에 서면 관계는 따라온다"라는 말처럼
현재의 관계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초점을 맞춘 것이 "명예 " 즉 커리어였다.
그래서 대학시절 전공을 살리기 위해 힘썼고
직장에 다니면서 전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하는 일에 대한 정체성을 끊임없이 찾으려 애썼고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면 커리어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그렇게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남아있는 건
이력서한줄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 일
주말출근
...
물론 내가 선택해서 지나온 길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허탈한 기분이 든다.
날씨는 이렇게 좋아졌는데, 따뜻해졌는데
이것들을 즐길 여유가.
체력이 없다는 게 슬퍼서일까,
다들 계절을 만끽하는게 배아파서일까.
무엇을 위해 이렇게 노력해 왔는지 길을 읽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관계를 위해 이 정도의 시간을 쏟았으면 뭐가 더 나아졌을까?
꼭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싸우고 헤어지고 서로 안 좋은 감정만 남아 더 허탈했지도 모른다.
너무 밖으로만 시선을 돌리다 보니
나의 정성과 시간이 연기처럼 사라진적이 많다
소모적인 바깥세상에 정성을 쏟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야 할까
지난날의 결과를 요약해 보자면
사람이 주는 성과는 이별이었다.
놀이가 주는 성과는 피폐함이었다.
일이 주는 성과는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사랑, 즉 사랑하는 사람,
가족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가족이라는 품 안에서 바깥세상만을 바라봤다면
이제부터는 뒤를 돌아 내 가족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