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강검진에서는 처음으로 위대장 내시경을 받았다. 처음 겪는 내시경 절차에 긴장이 되었다. 무엇보다 전날 금식이 걱정되었지만, 의외로 나는 식욕이 그리 강하지 않아 금식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게 건강검진 당일이 다가오고, 알약을 먹으며 속을 비워냈다. 처음에는 무난했다. 속이 점차 비워지는 느낌은 청소하는 듯한 기분을 주었고, 그리 나쁘지 않았다.

늘 먹던 음식이였다. 그래서 조금은 귀찮았다. 매번 고파지는 배는 다른 것에 집중하기 힘들게 만들어서 흐름을 깨어 놓기 일쑤였다. 그래서 식사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최근들어서 식사시간은 잠시 쉬면서 일과 멀어지게 한뒤,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기 좋은 시간 이구나를 깨달은 뒤로 일부로라로 식사시간에 집중하려던 참이 이였지만, 그마저도 주말이나 휴가때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렇듯, 나는 그다지 음식을 크게 좋아하지 않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금식을 강제로 하다 보니 갑자기 음식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며 풀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말들이 이 아쉬운 감정에서 나온 것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 상황이 신기했다. 평소에는 지루하고 귀찮게 여겨졌던 식사가, 이제는 강제로 억제당하자 아쉬움으로 변한 것이다. 내시경 검사를 마친 후, 나는 두툼하고 육중한 고기 패티와 치즈를 듬뿍 올린 햄버거가 먹고 싶어졌다. 나는 그동안 언제, 무엇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을까? 이 감정은 정말 놀라웠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까지 먹고 싶게 만든 것일까?

결핍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왜 그렇게까지 결핍을 느끼며, 그것을 채우려고 애쓰는 것일까? 아마도 결핍은 단순한 몸의 영양을 채우려는 호르몬 작용일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이 사라지면, 그제서야 우리는 그것을 원하게 된다.
결핍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제한당했을 때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가고, 그 결핍이 충족되면 또 다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욕망을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의 삶은 결핍을 채우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결핍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채워야 할 결핍은 무엇일까? 결핍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결핍을 채우려는 노력 속에서 우리는 자주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우리가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되는 것이다. 결핍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성장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히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자극이자 원동력이다.

결핍이 없으면 우리는 현실에 안주할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 결핍은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지, 무엇을 추구할지 알려준다. 결핍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가며,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그것은 우리가 삶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결핍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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