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국 ‘이세돌 vs 알파고’ 신드롬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뇌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인간 뇌의 신경망의 구조를 모방한 ‘딥러닝’이라는 알고리즘으로 탄생했는데, 이제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의 조력자로 인공지능을 쓰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간 뇌의 신경세포 연결을 형상화한 모식도/위키미디어 제공
 인간 뇌의 신경세포 연결을 형상화한 모식도/위키미디어 제공


◆ 뇌 연구 ‘조력자’로 나선 인공지능

지난 2010년 미국 콜로라도대학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에 약물을 투입해 특정 기억을 활성화시키거나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를 활용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인간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어떤 부분을 제어하면 특정 기억을 조절할 수 있는지 알아낸 것이다.

 기능성 자기곰명영상촬영(fMRI)을 하면 인간 뇌의 특정 부분을 정밀하게 볼 수 있다./위키미디어 제공
 기능성 자기곰명영상촬영(fMRI)을 하면 인간 뇌의 특정 부분을 정밀하게 볼 수 있다./위키미디어 제공

최근 들어 이같은 기억과 관련된 연구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손상된 해마의 시냅스 연결을 막은 뒤 인공지능 기계를 해마와 연결되는 부위에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연구가 진척되면 해마를 거쳐 가는 정보를 해마 대신 인공지능 기계가 저장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꺼내서 활용할 수 있다.

임창환 교수는 “뇌의 특정 부분이 망가진 사람에게 ‘브레인 임플란트’ 개념의 인공지능 기계를 연결해 망가진 기억 능력을 일부분 되살릴 수 있다”며 “이처럼 인간 지능을 보조하고 기능을 복원해 주는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딥러닝 기술도 뇌공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와 뇌 신경세포의 특정 연결을 들여다보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fMRI)’을 분석할 때 기계학습이나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임창환 교수는 이와 관련 “실제로 사람에게 유튜브의 수많은 영상을 보여줄 때 fMRI를 찍어 특정 영상을 볼 때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빅데이터를 모은 뒤 이를 딥러닝으로 분석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며 “개인 맞춤형 뇌질환 진단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 연구와 뇌 과학은 달라”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인 이세돌 9단이 모든대국을 끝낸 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 선물을 주고받고 있다. / 구글코리아 제공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인 이세돌 9단이 모든대국을 끝낸 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 선물을 주고받고 있다. / 구글코리아 제공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기 위해 딥러닝과 강화학습 전략을 택했다. 컴퓨터가 지닌 월등한 연산 처리 능력으로 빠르게 최적의 판단을 한다. 인간 뇌가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따라한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이런 학습 능력은 인간 뇌의 극히 일부 기능과 구조를 따라하는 데 그친다. 인간은 사진 한 장만으로 사람 얼굴이나 동물을 알아보지만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개와 고양이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 인간은 자연스럽게 말을 알아듣고 의사 표현을 하지만 인공지능의 통번역 시스템은 아직 오류가 많다.

인간의 뇌가 수행하는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은 1000억 개가 넘는 뇌 신경세포간 연결을 통해 가능하다. 뇌 과학은 이런 뇌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를 밝히고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 신호가 어떻게 만들어져 시냅스로 연결되는지 메커니즘을 밝히는 학문이다. 뇌의 복합적인 기능과 구조를 규명해 인간의 인지 능력의 근원을 찾고 치매나 파킨슨 병 등 각종 뇌 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게 목적이다.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는 “알파고의 딥러닝은 인간 뇌에서 뉴런과 뉴런이 연결되는 신경망 구조를 따온 것일 뿐”이라며 “실제 인간 뇌의 신호 전달 메커니즘과 생리학적인 특성을 연구하는 뇌 과학과는 분명 다르다”고 밝혔다.

인공지능과 인간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도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인간 뇌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는 하루에 20와트(W) 미만이다. 사람이 하루 3끼니를 먹었을 때 만들어내는 열량의 40%를 뇌가 사용하는데, 이를 전기에너지로 환산하면 약 20W에 불과하다. 반면 1000개가 넘는 CPU를 사용하는 인공지능 ‘알파고’는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인간의 뇌의 에너지 효율성은 어떤 인공지능도 따라하기 어려운 벽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16/2016031602701.html#csidxc165a207ecda7e79fd73c0b062810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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