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가 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MDM과 BYOD는 많은 기업들 눈 앞에 닥친 숙제 가운데 하나다. 직원들이 회사에 갖고 오는 수많은 IT 기기들을 통해 보안이 새어 나갈 수 있다는 위협과 함께, 잘만 이용하면 기업이 구입과 관리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매력적인 최신 기기들을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상존한다.

이 MDM이 학교에 적용되면 어떨까. 실제 그런 움직임이 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학교용 MDM 솔루션 ‘쿨 키퍼’를 만든 지란지교소프트를 만나 교실과 MDM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매일 스마트폰 걷고 나눠주기, 언제까지?

삐삐나 휴대폰도 안 그랬겠냐만은, 스마트폰은 교실에서 큰 골칫거리다. 아이들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하루가 심심하지 않다. ‘중독’이라는 단어까진 쓰지 않더라도,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수업시간에 몰래 쓰는 아이들이 왜 없을까. 이런 기기들을 활용해 수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없도록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들을 관리해주는 솔루션이 바로 교육용 MDM이다.

coolkeeper

지금의 교실 풍경은 어떨까. 학생들은 아침마다 학교에 오면 조회를 마치고 선생님 지시로 스마트폰을 한 곳에 모은다. 이렇게 모인 스마트폰은 선생님과 학교의 책임 아래 교무실 등에 보관된다. 수업이 끝나고 종례를 마치면 다시 스마트폰을 돌려받고 교문을 나선다. 그만큼 수업시간에 쓰는 아이들이 많아서이긴 하겠지만, 이런 현상은 생각해 볼 일이다. 오진연 지란지교소프트 컨버전스사업부 부장은 특히 이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매일 수십개의 스마트폰을 걷었다가 나눠주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습니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스마트폰도 나오고, 함부로 집어넣으면서 부서지거나 고장나는 제품도 나옵니다. 중간에 조퇴라도 하게 되면 수십개 스마트폰 속에서 그 학생의 것을 찾느라 쩔쩔 맬 수밖에 없지요.”

스마트폰을 걷고 나눠주는 방식은 시간낭비와 위험, 번거로움이 뒤섞여 있다. 아이들에게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을 가르치는 게 좋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강제적인 시스템을 적용해 끊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습관을 들일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그대로 두기도 쉽지 않다. 수업 방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예 학칙으로 정해두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 MDM이 교실의 스마트폰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폰 이용 내역 통제하다 자율 제어로 전환

MDM 제품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자. 쿨키퍼는 학급 단위로 운영된다. 교사용, 학생용, 학부모용 세 가지로 나뉜다. 교사는 스마트폰을 통제할 규칙을 정해둔다. 주로 수업 시간에만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 쓰는 것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 막는 단계도 세분화했다. 아예 모든 앱이 작동되지 않도록 하거나, 정해둔 앱만 쓸 수 있도록 하거나, 특정 앱을 차단할 수도 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모든 것을 열어두되 정해진 시간에 쓴 스마트폰 이용 내역을 교사나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방법이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MDM 앱들이 비슷하다. 휴대폰을 걷는 대신 쓰지 못하게 하자는 것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료 앱도 있다. 그런데 슬슬 아이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이용 내역 리포트입니다. 아예 못 쓰게 하면 차라리 나아요. 손에 스마트폰은 있고, 앱이라도 열면 곧바로 선생님에게 통보가 갑니다. 인권침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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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연 부장은 그동안 학생들의 기기를 제어하는 관리자 입장에서만 앱을 만들어 왔던 부분이 없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하지만 최근 박람회 등에서 학생들을 마주하면서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 대해 사생활침해 혹은 인권침해라고 이야기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됐단다.

“쿨키퍼가 애초 통제 제어라는 기반기술로 시작했기 때문에 제어하는 역할에 치중했는데, 가장 좋은 건 학생 스스로가 자율규제하는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쓰지 말자는 약속을 스스로 지키도록 하는 겁니다.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이들이 실수했다고 해서 곧바로 매를 든 식이었는데,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제어해서 MDM 같은 솔루션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과적으로 최근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본 지란지교소프트는 MDM의 방향을 무조건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도록 뺏거나 막던 것에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쪽으로 틀었다.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3주간 자율 제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학급에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성공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벤트가 끝난 뒤에는 ‘스스로 스마트폰 이용을 절제할 수 있는 첫 단추를 꿴 것 같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스마트폰 쓰고픈 욕구를 못 참고 수업 중에 스스로 선생님에게 스마트폰을 건내는 사례도 있었단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폭력 신고, 알림장…통합 교육 플랫폼으로

뭐든 스스로 조절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지란지교소프트도 이런 요구에 따라 스스로 계획을 짜고 학교 외에서도 스마트폰 이용을 조정할 수 있는 셀프코치 기능을 넣을 계획이다.

쿨키퍼에는 실명 혹은 익명으로 선생님에게 학교 폭력을 신고하거나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는 기능, 학급 공지 사항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함께 푸시전송하는 알림장 기능도 들어가 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선생님들이 많이 쓰는 메신저인 ‘쿨메신저’를 비롯해 알림장 전문 서비스, 교육용 PC 원격 제어 솔루션, 학급 SNS 등을 묶어 ‘쿨스쿨’이라는 통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학교들이 MDM을 많이 도입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교육 시장이 MDM의 필요성을 깨닫는 단계에 있고 아직 스마트 교육에 대한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단다. 현재 지란지교소프트는 한양대부속고등학교를 비롯해 서울에 3곳, 경기도에 6곳, 인천시, 세종시를 비롯해 17곳에서 시범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76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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