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코딩교육을 가르치는게 아이들에게 논리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준 다는것에 대해서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마우스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것 또한 아이들에게 제한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아닐까. 언플러그드 활동, 알고리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서 아이들이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더 좋지 않을까? 지금 내가 아는 선에서는 피지컬 컴퓨팅의 예로 메이키메이키와 알버트 밖에 없다. 이것보다 더 좋은 장비는 없는 것일까? 아이들이 만든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스스로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주는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이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활동을 하는 것보다 뛰놀면서 활동하는것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의 기사처럼 피지컬 컴퓨팅을 만들어 보는것은 어떨까? 코딩 을 할수있는 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는 지금 충분하고, 보편 적인 것 같다. (스크래지, 엔트리..) 하지만 피지컬 컴퓨팅에 대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피지컬 컴퓨팅이 안된다면 언플러그드 활동으로 그러한 과정을 이해하고 몸으로 직접 해보는 수업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학교나, 학원에서 충분할것이며, 소프트웨어 교육또한 이렇게 진행한다면, 아이들은 더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할것이 뻔하다. 코딩은 코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짠 알고리즘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깨닫는 활동이 꼭 필요할것 같다.



기사 원문 [http://www.bloter.net/archives/198691]

판교에 도착해 작은 사무실 앞에서 문고리를 잡았을 때만 해도 그저 그가 만든 교육용 ‘스크래치’ 키트에 관한 얘기를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어지럽게 흐트러진 책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앉은 한 시간. 스크래치와 3D 프린터에 관한 얘기는 끝났는데, 곧 새로운 대화가 시작됐다. 다시 한 시간이 지났고, 3D 프린터와 스크래치로 만든 ‘게임튜브’는 앙증맞은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송영광 대디스랩 대표는 교육 시장과 스크래치, 3D 프린터로 퍽 큰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어느 작은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가 됐을지도 모를 평범한 인터뷰가 40대 아저씨 3명이 품은 ‘꿈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로 바뀌었다. 아직도 꿈을 좇는 어른만큼 시시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글쎄,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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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광 대디스랩 대표

코딩 교육 혁신, ‘스크래치’와 3D 프린터로

3D 프린터로 출력한 노란색의 기계는 언뜻 보면 수제 게임패드처럼 보인다. 송영광 대표는 여기에 게임튜브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두이노 기판에 3D 프린터로 뽑은 일종의 조립식 게임패드다. 단순히 게임패드에 지나지 않을 물건이라면 흥미롭지 않았겠지만, 송영광 대표는 이 단순한 물건에 아이들의 코딩 교육 환경을 혁신할만한 동력을 심었다.

“프로그래밍 결과로 물리 세계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하면 아이들이 좀 더 코딩에 흥미를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값싸게 만드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게임이랑 3D 프린터를 활용했죠. 게임튜브의 가장 기본적인 콘셉트는 소프트웨어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데 있습니다.”

게임튜브는 각종 센서를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마트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속 센서와 바람의 세기를 측정하는 바람 센서, 그리고 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거리 센서 등이다. 바꿔 끼울 때마다 사람은 다르게 조작해야 한다. 바람 센서는 입으로 불고, 가속도 센서를 끼우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거리 센서는 손으로 센서를 가리고 여는 식으로 조작하면 된다.

게임튜브로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는 바로 게임이다. 그림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단순한 게임부터 ‘플래피버드’까지 게임 종류는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게임튜브로 조작할 게임을 아이들이 직접 만들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을 게임튜브로 직접 조작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로 짠 가상세계를 현실세계에 있는 게임튜브로 직접 조작할 수 있으니 어찌 교육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있으랴.

동화책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자. ‘아기돼지 3형제’ 동화책을 읽을 때 늑대가 입으로 바람을 부는 장면에서 아이가 게임튜브의 바람개비에 바람을 불면 어떻게 될까. 모니터 속 동화책에서 집은 흔적도 없이 아이가 분 바람에 날려갈 것이다. 지루한 코딩 교육이 게임이 되는 셈이다. 게임튜브는 가상세계의 프로그램과 현실의 아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사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한테 스크래치 프로그래밍을 가르쳐 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흥미를 갖지 않더라고요.(웃음) 스크래치 보면 코딩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뒀는데, 좀 안타까웠죠.”

송영광 대표는 지난 2013년 여름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나왔다. 무선사업부에서 과장급 책임연구원으로 실력도, 성실성도 인정받던 터였다. 그가 삼성전자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오도록 한 것은 바로 가족과 여유, 그리고 창업에 관한 열망이었다. 삼성전자에 다닐 때는 워낙 퇴근도 늦었단다. 어쩌다 시간이 나도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 아이와 놀지 못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에게 시간을 쏟기 시작한 까닭이다. 그러면서 스크래치를 활용한 코딩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는 아빠의 ‘베타테스터’가 됐다. 일과 놀이의 경계가 흐려졌다. 송영광 대표가 ‘아빠의 공작소(대디스랩)’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까닭이기도 하다.

결정적인 문제는 정작 딸아이가 스크래치 코딩 교육에 그리 큰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임튜브 아이디어는 여기서 나왔다. 코딩 교육에 흥미를 못 느끼는 딸아이를 비롯한 많은 아이가 프로그래밍 배우기에 흠뻑 빠지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코딩 교육은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봐요. 미국도 그렇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래밍 교육이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지난 2013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의 프로그래밍 교육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유명 농구선수와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홍보영상에 출연해 미국 정부의 정책에 설득력을 더했다. 직장에서 평생 하드웨어를 매만진 아빠 송영광 대표의 소프트웨어를 향한 절절한 공감 속에 미국의 프로그래밍 교육 열풍이 스며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내에서도 극히 일부 학교에서 코딩 수업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널리 퍼진 분위기는 아니다. 송영광 대표의 솔루션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코딩 결과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게임튜브로 말이다. 여기에 스크래치는 완벽한 파트너다. 마치 블록을 조립하는 것처럼 프로그램을 뚝딱 주무를 수 있도록 한 개발 언어 가운데 스크래치는 아이들이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도구다. ‘기왕이면 흥미롭게.’ 송영광 대표가 게임튜브에 녹여낸 프로그래밍 교육 철학이다. 대디스랩은 프로그래밍 교육 스타트업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SEduLAB)와 손잡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 게임튜브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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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튜브’ 간단 시연 영상 보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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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연 용으로 ‘게임튜브’로 ‘플래피버드’를 조작하도록 꾸며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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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센서는 조립식이다.

IT 자본주의 경제, DIY로 넘어서자

게임튜브의 양산 계획과 교육 시장 진출 의지를 듣는 것을 끝으로 그만 만남을 마무리하려 했다. 헌데, 뒤에 이어지는 얘기가 더 귀를 잡아당겼다. 게임튜브가 3D 프린터로 제작됐다는 점에 주목하자. 송영광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꾸는 것이 대디스랩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다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봤다. 그대로 한 시간여가 더 흘렀다.

“보통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옆 사람이랑 ‘야 이거 재미있겠다’ 하고 그냥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시작하지는 못한다는 얘기죠. 이런 이들이 직접 계획을 실행하고 시제품까지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게임튜브 다음 목표입니다.”

일종의 조력자라고 보면 된다.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좀 더 쉽게 직접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송영광 대표의 다음 계획이다. 게임튜브에서는 스크래치와 교육 시장이 중심이었다면, 다음에는 3D 프린터가 핵심이 된다. 3D 프린터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줌으로써 말이다. 생산 활동을 돕는 하드웨어 값이 싸지면서 경제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게 송영광 대표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보자. 컴퓨터는 100만원만 있으면 빵빵한 제품으로 고를 수 있다. USB나 SD카드로 간단하게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3D 프린터도 가격이 해마다 내려가고 있다. 자본주의가 우뚝 선 이후 줄곧 자본이 담당하던 생산 활동을 개인도 할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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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 대디스랩 이사, 송영광 대표, 조용훈 연구소장(왼쪽부터)

“이게 가만 보면, 희한한 세상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생산 수단의 가격이 싸지면서 생기는 변화라고 보는데, 이를테면 3D 프린터도 있고요. 컴퓨터만 해도 요즘은 100만원에 살 수 있잖아요. 이건 기적이죠.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도 널려 있고, 오픈소스 운동으로 소프트웨어도 지천입니다. 여기에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개념도 생겼잖아요.”

이제 아이디어가 있으면 실행할 마음만 있으면 된다.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다. 대디스랩의 3D 프린터 사업은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체화할 약간의 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자본이 누려온 생산과 달성의 희열을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도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 좀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더 많은 스타트업이 나타나지 않을까.

3D 프린터로 스타트업을 돕는다는 사업계획 하나에서 경제구조의 변화를 역설한다니, 다소 허황된 얘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카를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자본으로부터 소외되는 까닭 중 하나로 생산물로부터 생산자가 멀어지는 것을 꼽았다. 자본 시장에서 노동자는 더이상 자신이 소비할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회학을 이론으로 접한 적 없는 ‘공돌이’ 송영광 대표가 대기업에서의 경험으로 얻은 지혜만큼은 진짜배기다.

“창조활동이 양분화돼 있는데,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은 생산설비가 없고, 생산시설을 갖춘 대기업은 아이디어에 관심이 없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창조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꿈은 저 멀리 놔두고, 대디스랩은 우선 한 발짝 내디뎠다. 게임튜브는 현재 미국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킥스타터’에서 사전 심사를 받는 중이다. 펀딩이 시작되면, 송영광 대표는 우선 4만달러를 모을 생각이다. 게임튜브를 3D 프린터로 500대 정도 생산할 수 있는 자금이다. 송영광 대표는 늦어도 7월 셋째 주에는 펀딩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새소식]

‘게임튜브’는 킥스타터 심사를 통과해 7월9일부터 정식 펀딩을 시작했다고 송영광 대표가 알려왔습니다. (2014년 7월10일 오후 3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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