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대를 안고 호주에 도착했다.
사실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알고 있던 건 커피가 유명하다는 사실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보만으로 낯선 땅에 발을 디뎠다.

쏟아지는 태양 아래, 건물들은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높게 솟아오른 자카란다 나무는 마치 나를 환영하듯 보랏빛 꽃을 흔들고 있었다.
그 풍경은 호주에서의 첫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짐을 숙소에 두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아슬란 카페였다.
호주의 커피가 그토록 유명하다던데,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자바 원두로 내린 롱블랙커피와 라테를 각각 한 잔씩 주문했다.

롱블랙의 첫 모금은 예상보다 강렬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산미가 나를 놀라게 했다.
전에 호주 원두를 선물 받아 산미가 강할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직접 마셔보니 훨씬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었다.
바디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산뜻함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반면 라테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원두와 우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깊고 부드러웠다. 거품이 입안을 가득 채울 때면 커피 향이 온 신경을 자극했다.
그렇게 커피의 여운을 즐기며 카페를 나섰다.
 

The Rocks Market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더 록스 마켓이었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시장이라니, 호주에서 마주한 첫 마켓이었기에 더욱 기대되었다. 시장은 우리나라 오일장과 흡사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물건을 펼쳐놓고 팔고 있었고, 그 풍경 자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캥거루 육포가 눈에 띄었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그것을 집어 가방에 넣었다. 호주에서 캥거루 고기를 판다니, 신기하면서도 낯설었다.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

시장을 지나니 하버브리지가 보였다. 다리 아래로 난 길을 따라가자 점점 더 눈앞에 커다란 건축물이 나타났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사진으로만 보던 랜드마크를 직접 마주하니 웅장함에 말문이 막혔다. 그것은 단순히 크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독특한 곡선과 흰 외벽은 태양 아래에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풍경을 바라봤다.
 

노스 시드니와 루나파크

하버브리지를 따라 걸어 건너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스 시드니는 깔끔하고 정갈한 마을이었다.
그곳에서 마주한 또 다른 명소는 바로 루나파크였다.
밝게 빛나는 놀이공원의 풍경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이후 보트를 타고 시드니 항구를 가로지르며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물 위에서 바라본 시드니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강렬했던 첫인상이 점차 부드럽게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낯선 땅, 그리고 호주에 대한 호기심


하루가 끝나갈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호주는 어떤 나라인가? 이곳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호주의 역사를 간략히 접했을 때, 그것은 영국의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영국의 죄수 유배지로 시작된 나라. 하지만 지금의 호주는 그 시작을 넘어 너무도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곳이 되어 있었다.

짧은 하루였지만, 호주의 첫인상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커피 한 잔, 낯선 시장, 웅장한 건축물,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 모든 것이 호주라는 나라를 조금씩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마주할 또 다른 풍경과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기대되기 시작했다.

다음 날이 오기 전, 나는 이미 이 여행의 방향을 새롭게 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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