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마운틴스

여행 중 한 번쯤은 현지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파리에서 몽생미셸을 방문했을 때처럼, 현지의 가이드가 그곳의 역사와 유래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번엔 호주에서 블루마운틴스를 방문했다. 그 이름처럼 산들이 파랗게 보인다고 하여 블루마운틴이라 불린다. 예전에는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나오는 진액 덕분이라고 했으나, 이제는 빛의 산란 때문이라는 과학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블루마운틴은 단순한 산이 아닌, 거대한 산맥이라 불러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블루마운틴스의 진면목을 보려면 시티만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길을 따라 산맥과 협곡을 지나며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산을 내려가면, 첫 번째로 마주하는 것은 유칼립투스 나무들이다. 나무들 사이로 퍼지는 유칼립투스 향은 강렬하며, 그 사이를 걸을 때 나는 오직 흙을 밟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만을 들을 수 있었다. 기계 소리, 자동차 소리가 없는 공간에서 걷다 보니, 어느새 내 청각이 회복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내려가다 보면, 공간이 달라진다. 유칼립투스 향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 촉촉하고 시원한 공기와 함께 고사리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이 고사리는 우리가 아는 고사리가 아니었다. 어릴 적 지구과학 시간에 봤던, 상상 속의 거대한 고사리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고사리가 자라기 위해서는 꺾여야 더 높이 자란다고 한다. “꺾여야 자란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문득 삶을 돌아보았다. 꺾이는 것을 두려워하면 성장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은 자연에서 얻은 큰 교훈처럼 느껴졌다.


협곡의 맨 밑바닥에 도달했을 때, 양옆은 높은 바위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사이로 강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그 강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널 때는 물이 돌에 부딪히며 나는 졸졸졸 하는 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웠다. 물속에서 보이는 주황색의 가재는 이곳 블루마운틴스의 특이한 모습이었다. “주황색이라면 다 익은 건가?” 하고 생각하면서도 자연의 신비로움을 실감했다.

그 강물에 발을 담그고 나서는, 찬물 속에서 짜릿한 기운을 느꼈다. 그 순간, 묵혀두었던 내 활기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이곳의 자연과 함께 걷고, 그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향기와 소리, 그리고 고요한 풍경을 경험하는 동안, 어릴 적 현장체험학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만약 그때 들었다면 따분했을 이야기들도, 지금은 흥미롭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블루마운틴스에서 느낀 자연의 경이로움은 실로 강렬했다. 고사리의 향기, 티트리의 레몬 민트와 라벤더 향, 매미들의 다양한 색깔과 소리, 주황색 블루마운틴 가재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낸 풍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지층이 융기하며 나무가 뒤덮인 그곳에서 자연의 시간을 바라보며, 나는 그 경외감에 휩싸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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